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야기다

 

대통령 미국순방때

순방일정중 마지막 파티.

미국대통령이 건배를 청했다.

모두들 술잔을 높이 들고 브라보를 외쳤다.

그리고 나서 미국 대통령이 박대통령에게 말한다.

한국에선 축배를 할때 모두들 뭐라고 외치는지

그때는 지금처럼 "위하여" 라는 말이 없었을때다

순간 박대통령은 할말을 잃었다.

 그 당시 우리어른들에겐 마땅한 축배의 말이 없었으니까.

쪽팔리는 순간,

그때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다 수행하게 된

이환의(훗날 전북도지사)씨가 얼른 나섰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축배를 들땐 한쪽에서

"곤드레" 하고 외치면 한쪽에서 "만드레"하고

외쳐준다고.....

 

그 곤드레랑 이 평창의 곤드레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나는 전혀 모르겠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임을 동반한다.

너무 멋지고 너무 괜찮은 사람들과 만나는 아침은 상쾌했다.

오염된 세상에 사느라 까칠해진 내 영혼이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높은하늘, 모였다가 흩어지곤 하는 구름조각들을 보며

가슴 가득 윤기를 되찾는다.

 

우리는 먼길을 달려갔다.

순애가 사는 마을의 곤드레 나물밥은 따뜻했고

곤드레 된장국의 냄새는 그것을 먹는 우리에게

맛있다 맛있다고 말하는것 같기도 하고

마침내 이곳에 온 이유를 일깨워 주기도 했다.

 

작은체구의 심순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간직한 그녀는

항상 생동감이 넘쳐있고 사람을 반기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과 사람에게는 헌신과 희생을

감수할줄 아는 도량을 가진

신선한 매력의 여인이었다.

 

우리는 순애네 마루에 가방을 던져놓고 보리밭으로 갔다.

청보리밭은 사랑스러웠다.

파아란 보리 모가지가 일렁이는 밭두렁에서

사진찍으려고 모두들 스텐바이 하고

 

남자친구들은

푹꺼진 보리밭 가운데서

어떤 님을 품에 안고 란닝구에 파란풀물이 들도록

뒹굴던 옛날생각 ㅋㅋㅋㅋ

질퍽한 유머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송어잡이 하러 나간 평창강은 감미로웠다.

"흘러가는 것은 저러하구나" 라고 공자는

강가에서 말했다는데.....

입다만건지, 벗다만건지 알수없는 옷차림의

관광객들과 어울려

우리 모두 송어를 잡느라 상고머리 어린애가 되었다.

 

즉석에서 회를 뜬 송어 접시를 들고 마을 회관으로 걸어오면서

나는 많은 감자밭에서

감자들이 하얀꽃을 피우며 다소곳이 누워있는것을 보았다.

그때 문득 제작년 TV에서 강원도 인제 평창수해때

유독 내눈을 아프게 때렸던 것은 계곡속에 떠밀려

내려와 허옇게 뒹굴던 감자였다.

수천평 감자밭이 폭우에 무너져 감자들이 저절로

캐지고 씻겨 계곡속으로 몰려와 떠내려가던 장면...

 

어느덧 저녁이 와서 장작에 구워진 고기파티.

소중한 인연들을 그렇게 고기와 유기농 야채와 술로 나누었다.

펜션 앞 넓은 잔디밭에 밴드가 연주되고

드디어 하늘이 내린 우리의 익살꾼 을구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예습복습도 한적없는 우리는

너 잘만났다, 내가 누구냐, 네가 누구냐,

상관없이 반갑게 손을잡고 노래하고 춤추며 뛰어놀았다.

넘치는 소망에 당분간은 늙지도 않을것 같았다.

단발머리 소녀처럼 그렇게 맘껏 뛰어노는데

하늘에선 오월의 마지막 별이 쏟아져 내렸다.

 

재잘거리느라 잠못이루는 밤은

안타까울 것도 없이 좋았다.

 

해와 달 별 그리고 맑은공기

바람과 구름, 거기에 잔디밭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아 ! 이 풍족함이여!

 

마을어른들이 직접갈아만든 순두부로

아침을 먹고

우리는 산을 오르고

고기를 잡고 나물을 캐고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평창의 바람이 되었다.

 

평창을 만나는 일이 설레었듯이

이별하는 일도 설레었다.

 

오후 1시

우리는 보리밭과 송어와 심순애와

맛있는 곤드레 음식과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