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만드레 취하고 싶어서

곤드레는 고려엉겅퀴의 별명이며 강원도 지방에서는 일반적으로 곤드레로 불리고 있다. 학명은 Cirsium Setidens Nakai이다. 곤드레만드레라는 말의 뜻은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양을 말한다. 곤드레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등의 영양이 풍부하다. 또한 잎을 좋아하는 노루, 뿌리를 좋아하는 산돼지 그리고 잎과 뿌리를 식량의 일부로 먹고 있는 사람들과 삼파전이 벌어진다고 했다. 곤드레는 깊은 산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생하는 엉겅퀴의 모습에서 술에 취한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만드레라는 말은 만드레 민속놀이에서 부자 집 주인이 머슴들에게 고기와 술을 제공하고 하루 종일 놀게 하면 머슴들은 즐겁게 놀게 되고 주인은 머슴들이 기분 좋게 취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곤드레만드레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당사자에게는 취해서 기분이 좋은 상태를 말하고, 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를 없이 여기는 뜻으로 미루어 생각할 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강원도를 자주 찾게 된다. 여행 중에 식사를 할 때에는 자주 등장하는 나물이 곤드레와 곰취 그리고 취나물이다. 곤드레가 어떤 식물이냐고 물어보면 산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이라고만 했다.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곤드레는 어떻게 생긴 식물인지 늘 궁금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하리에서 곤드레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만사제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대하리 마을은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사방이 병풍을 둘러치듯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기슭을 따라서 평창강물이 굽이굽이 흐른다. 작은 밭들에는 감자 꽃이 활짝 피어 있고 군데군데 뿌리를 겨우 내린 어린 옥수수들이 자라고 있다. 마을에서 1km 나가야 강가에 미친 여자의 엉덩짝만큼 작은 논, 산골 다랑이논정도의 논에,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모가 바람부는 대로 춤을 추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눈에 갇혀, 몇 날 며칠을  집에서 보내야하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계곡에는 열 채 정도의 집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따사로운 햇볕을 받고 있다. 하늘이 준 아름다운 산과 강이다. 큰 항아리 안에 앉아서 하늘을 보듯이 보이는 것은 빈 하늘뿐이다. 자급자족을 해야 했던 옛날에는 가난이 뚝뚝 떨어져 도적의 도심(盜心)을 도적맞아야 했던 산골 마을 이였으리라는 추측이 간다.

 점심때에 맞추어 버스에서 내리니 악사의 트럼펫에서 가곡, 보리밭이 흐느끼며 산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포장이 쳐진 야외 간이식당에는 곤드레를 자료로한 나물, 죽, 된장국, 생선찜, 떡, 튀김과 장작불에 잘 익힌 돼지고기 삼겹살 등 먹음직한 음식들이 부폐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차려져 있다. 빠질 수 없는 막걸리가 그득하게 담긴 항아리 속에 조롱박으로 만든 표주박이 눈길을 끈다. 모든 것이 공짜란다. 외상없는 인생열차가 아닌가? 모르겠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 .아직도 살아있는 풋풋한 시골인심에 감사하며 곤드레 튀김을 안주삼아 막걸리에 곤드레만드레로 취하면 된다.

 대하리 마을 이장인 이용선님의 일장연설이 시작 된다.

“행사일정은 산나물채취, 산채요리 시식, 다슬기 잡기, 견지 및 투어낚시, 송어잡기가 있습니다.”

“내방객 접수를 하십시오, 접수를 하신 분께는 저기 보이는 청보리와 감자를 가을에 추수를 해서 접수하신 분들께 공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택배비는 누가 부담하지”

농담 좋아 하는 K가 불쑥 한 마지 던지니 모두 까르르 웃는다

몇 백 명의 내방객들은 음식을 먹기에 바빠서 이장님의 연설은 뒷전이다.

 먹은 음식을 소화시킬 겸 혼자서 산나물 채취현장을 돌아보았다. 산속에 들어가서 직접 산나물을 채취하는 체험프로그램이다. 여섯 대의 관광버스에 나누어 타고 온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체험장에 갈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길가에 농민들이 재배하는 밭에 들어가 곤드레를 마구 뜯어 배낭에 집어  넣는다. 뽕나무가 몸에 좋다는 말은 어데서 들었는지 덜 익은 오디를 따는 것이 시원치 안차 뽕나무 잎까지 모두 훑어서 배낭에 집어넣는다. 원/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잎을 모두 훑어 버리면 나무가 어떻게 살아남는가? 내년에 오는 손님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누에보다도 더 생각이 없는 인간 누에 떼들을 보면서 한참 생각에 젖어 보았다. 소득 20000불 시대를 사는 국민의식 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가? 그 돈은 우리가 낸 세금이다. 농어촌은 우리의 뿌리이고 마음의 고향이다.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주어야 한다.

 대하리 마을 앞에는 잘 포장된 도로가 있다. 옛날과 같이 갇힌 마을이 아니다. 전국방방곡곡이 연결된 물류 소통의 시대가 왔다. 12세대의 작목반원들의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남자 분들은 행사요원으로서 여자 분들은 음식준비 요원으로서 각자 맡은 부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평창군 농정과 근무하는 이 상영씨도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들을 돕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공무원과 주민이 하나가 되어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감명 깊다. 머지 안아 대하리에 아기울음 소리가 많이 들릴 듯하다.

 등산을 겸해 수목이 우거진 산을 오르내리면서 곤드레를 비롯한 곰취, 취나물 등 갖가지 약초를 얻을 수 있고, 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보너스로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마을 앞에 흐르는 평창강에는 다슬기가 살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쏘가리를 비롯한 열목어 등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간단한 고기잡이 도구를 차에 싣고 오면  어른들은 물고기를 잡을 수가 있고, 물이 깊지 않아 애들이 물놀이 하기엔 안성 마춤이다. 민박을 할 수 있는 잘 정비된 집들이 즐비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생산현장에 있는 분들은 주말에, 늙어 여생을 보내는 분들은 오랫동안 머물러도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대하리 인근에는 골프장이 많다. 골프를 즐기는 분들은 필드를 누빌 수 있고. 바다를 좋아 하시는 분들은 그곳에서 동해바다까지는 가까운 거리이 얼마나 좋겠는다? 또한 단종애사가 얽혀 있는 장릉과 청령포,사임당의 숨결이 숨 쉬고 있는 오죽헌, 이효석의 문학관이 있고, 물레방아간에서는 허생원의 기침 소리가 지금도 들릴 것 같은 봉평, 관동팔경 등을 돌아보며 한 계절을 보내도 손색이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꽃 속에 꽃

꽃보다 더 활짝 피였네

막걸리 잔 속

산과 강이 흔들리네 그려

나이를 묻지 마라

저승 갈 날 묻지 마라

시침(時針)을 멈춰 놓고

되돌아가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