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취재-

옛길을 되찾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어디: 평창군 평창읍 대하리 <연봉정-- 마지리>로 연결된  옛 길 일명< 거슬치길>

언제: 2008년 12월 11일

평창군 대하리 주민들은 수 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나무숲으로 울창했던 옛 거슬치 길을 2007년부터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2008년 12월 11일 마무리 작업을 하던 날 마을주민이 함께 이 길에 얽힌 옛 추억을 들어 보았다.

  ♦ 예전에는 이 재를 넘어서 평창장과 대화장 봉평장까지도 걸어 다녔어요. 새벽닭이 울면 중식을 싸가지고... 우리 마을에는 논이 없으니 밭에서 지은 강냉이나 고구마 같은 양식들을 남자들은 지개를 지고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 이 산 길을 넘어 다녔지요. 아이들도 10살만 넘으면 짐들을 운반하는 일을 나누어 거들었어요. 그렇게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간 양식들을 팔아서 또 다른 생필품과 바꾸어 오지요. 그 때야 신발이나 제대로 있었나요. 삼 껍질로 엮어 만든 미투리라고 하는 것을 신고 다녔지요. 그러다 검정고무신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그 당시 마을사람들은 봄에 한 번  8월 추석 전에 한 번 낫을 들고 다니며 길을 잘 정리했어요. 이 길은 우리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이 더 많이 왕래 했어요. 그 때는 소 장사들이 마을 마다 다니며 값을 흥정하여 사가지고 소몰이꾼들에게 맡기면  소몰이꾼들은 한 사람이 소를 두세 마리씩 몰고 이 길을 넘나들었어요. 왜정 말년 육이오 직전까지 연봉정에서 거슬재길을 넘어 마지에 이르면 차배(차를 배로 건네주는)가 있었어요. 그 당시 평창강 줄기를 따라 목탄차가 이따금씩 다녔는데 이 거슬치를 걸어 마지까지 가면 목탄차보다 빨리 도착 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었어요. 지금이야 차가 아니면 못 다니는 줄 알지만 그 전에는 전부 이 길로 걸어 다녔어요. 마을에서 옛 길을 되찾은 일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남(77세)

♦예전에 소 장사들이 장사가 잘 되게 해 달라고 일년에 한 번씩 이 거슬재에 있던 성당황에서 제사를 지냈어요. 우리 마을 사람에게 밭을 하나 사 주고 붙이게 해서 제사를 준비하도록 했지요. 아마 이 길을 넘다든 소만해도 수 천 마리 될 거예요. 이영호<67세>

♦거슬치 길을 처음 걸어 넘은 것은 시집와서 친정으로 재향 갈 때 였어. 그때 우리 두 내외가 이 거슬치 길을 걸어 넘어서 친정이 대화까지 갔었지. 두루막 한복차림을 곱게 차려입고 이 거슬치 길을 넘어 갔었어. 그 때는 거슬치 정상에  잘 지어 놓은 성황당도 있었어. 성황당 길 양 쪽으로 크고 작은 돌탑들이 죽 이어져 있었지. 우리도 그 때 돌을 집어 돌탑위에 올려  놓으며 소원을 빌었었지. 그러나 나는 그 당시 우리 집에 머슴들이 여러 명 있어서 남들처럼 짐을 이고 다니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옛 길을 복원한다기에 보고 싶었는데 이장이 차를 태워 성황당 터까지 데려다 주었어. 성황당이 다 허물어져 민판이 되었더구만. 성황당 저 위쪽으로 쉬어가는 주막집이 하나 있었고 연봉정 첫 머리에도 주막이 있었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장이 더 높은 곳 까지 데리고 가 준데. 김 남 옥(8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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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었을 때 읍에 갔다 술 한 잔 먹고 밤중에 이 재를 넘어 오는데 뒤에서 뭔가 부스럭 부스럭 계속해서 따라 오는 소리가 나더라고. 내가 빨리 가면 빨리 따라오고 천천히 가면 천천히 따라오고. 야! 슬그머니 겁이 나잖아  암만해도 귀신이 아니면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등줄기가 젖도록 뛰었지. 그러다 집으로 바로 오면 귀신이 집에까지 따라 올까봐 중간에 쉬었다 귀신을 빼 돌리고 집에 까지 와서 보니 발에 칡넝쿨이 걸려 있잖아. 전동기(72세)  

♦나는 친정이 봉평인데 신랑이 말은 해 놓고 일년이 가도록 어쩜 편지 한 장 없어. 내 친구들은 신랑과 함께 다니기도 하는데. 기다리다 못해 내가 먼저 저 양반을 찾아왔어. 그래도 저 양반은 말을 안 해, 뭐 좋다 든지 그 동안 보고 싶었다든지... 그래도 그 곱사 하게 생긴 양반한테 반해 시집와서 살기 시작했지. 오두막 같은 집에 시부모 시동생 여섯에, 어이구! 지금은 그렇게 살 여자 없어. 시집살이가 하도 힘들어 귀신이 있으면 날 잡아가라 하고 성황당 밑에서 밤을 샌 적도 있었어 그래도 안 잡아가데. 하루는 너무 힘들고 속이 상해서 이제는 정말 안 살끼다 하고 아이 둘을 떼 놓고 한 밤 중에 혼자 거슬재를 넘어 가는데 무섭지도 않아. 그런데 이늠에 젖이 탱탱 불네. 그러니 애기 생각이 나서 눈물이 솟아지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이 재를 못다 넘고 되돌아 왔지. 한옥진(65세)  

♦거슬갑산(擧瑟岬山)거슬치(琚瑟峙)

거슬갑산은 고 조선지도(1910년-1920년)에서 정리하면 상대하리의 진바리를 돌아 대하리의 연봉정 그리고 거슬치 안에 있는 다양한 봉오리(승진봉. 매봉. 옥녀봉. 감투봉 등)을 포함하는 지명으로 사료된다. 연봉정은 평창으로 부임하는 관료들을 맞이하던 곳이며  주위에 주막이 있었다. 옛 길은 연봉정에서 거슬이를 넘고 마지를 건너 천동리로 오는 길이 있었다.

세종76권,19년(1437년 정사/명 정통2년)3월13일(계묘)2번째 기사. 예조에서 우리나라  악(嶽) 해(海) 독(瀆) 산천(山川)에 신패와 제도를 상정하다. 이 곳에 거슬갑산이 거론된다.

거슬갑산의 명칭은 세종실록에 지명되었던 점으로 조선시대 세종 훨씬 이전에 불리던 명칭으로 강물이 굽이굽이 흐르고 주천과 마지 사이의 재를 거슬러 지나 갔으므로 우리말 ‘거슬’에 한자의 음을 붙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구려 언어를 살펴보면 거슬(琚瑟)은 kasel(가살)로 표시되며 ‘높은’의 뜻이 있으며 ‘岬’에 대하여는[삼국유사]에 음과 같이 설명되었다. ‘岬은 우리말로 ’古戶‘라 이른다. 이는 갑이 훈차자로 쓰인다는 점 그리고 ’古戶‘와  ’岬‘의 대응이 ’岬‘으로 확대 될 수 있으며 ’古戶‘의 발음은 /kusi/로 해석 할 수 있다. 이는  ’岳‘ ’岬‘등 높은 곳을 지칭하는 낱말로, 양주동(1942;94)에서는 현대 국어 ’봉곳하다‘ 가 봉(峰)+고지(岬)의 합성어린 것으로 분석된바 있다. 그러므로 옛 고구려 지명으로 본다면 ’가살구시‘ 또는 중세국어로 ’가살누르‘로 불려졌으며 높은 봉우리 높은 고지라는 뜻이다. 한자로 해석하면 琚瑟이 모든 지도에 동일하게 표기되어 있는 점으로 본아 옥녀봉의 전설이나 거분고 형국을 표현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갑은 지영산 반도처럼 바다로 내민 작은 땅을 효현해 붙인 이름이고 갑은 산이 겹쳐있는 표현이므로 갑은 가까이서 본 모습이다. 향후 단묘(壇廟)로 추정되는 장소에 대해서 발굴 및 복원공사가 필요하고 거슬갑산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관광 상품화를 할 수 있는 평창의 아름다운 명소이다.

평창군 향토문화유적 (길위에 역사) 105페이지 발취